Artist #22 송다현

조회수 995

어떤 예술을 하고 있습니까?


안녕하세요, 저는 설치, 영상, 페인팅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는 않는 상처를 입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천에 수채화와 잉크를 이용하여 작업하는 것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가장 뚜렷이 기억나는 예술을 처음 접하게 된 추억은 어떤 것입니까?


10살 정도 때,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습니다. 

그러는 중에 학교에서 소풍으로 놀러간 미술관에서 신학철 작가님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했는가’라는 그림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의 위로도 어른들의 위로도 다 들리지 않았던 시기였는데 그 그림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면서 처음으로 위로를 받는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가 힘든 것, 그 고통을 말로는 다 표현이 안되는 게 답답했는데 그 고통을 그대로 눈 앞에 옮겨 놔주고 이해해주는 것처럼 느꼈어요. 

그 때부터 예술을 하고 싶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술이 힘이 있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당신의 예술로 사람들 혹은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까?


저에게 예술이란 수 많은 목소리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예술에 담긴 제 이야기를 모두 이해했으면 한다기 보다는 저의 이야기도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토론을 만들고 그 토론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제 예술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사회적으로 비정상이라고 명명되는 것들을 드러내고 그들의 존재를 빛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할 때 주로 어떤 곳,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십니까?


일상에서 강한 자극이 되는 경험을 느꼈을 때 가장 영감을 얻는 편입니다. 

또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서 대화에서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제가 생각해 보지 못한 점을 타인에게서 들을 때 그 이야기로부터 저 자신의 위치를 재인식하게 되는데 그 때 제 얘기와 사회의 얘기가 만나며 

작업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드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그리고 싶은 미래는 어떤 건가요?


현재 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제 작업을 누군가 사랑해주는 순간입니다. 

당장 내일이, 내년이 어떻게 될 것인지 흐릿한 가운데 10년뒤를 바라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원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면,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더 많은 자극을 받아서 흡수하는 만큼 풍부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 풍부함이 작업으로 이어져서 저 만큼이나 다른 분들도 제 작업을 사랑해주는 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을 대표하는 색은 무엇인가요?


저는 형광다홍색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한없이 밝고 씩씩한 색이 주황색과 노란색 계열이라고 생각하는데 저 스스로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항상 두 색상들을 선망하곤 합니다. 

어둠을 조금 담고 있으며 야망과 욕심을 품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빨강을 저의 대표 색상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주황으로, 노랑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성도 포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형광 다홍색을 제 대표 색상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송다현 작가의 과거 작품들



20대에 이제 막 들어선 나는 육체적인 병에 걸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난다 하더라도 치료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2살, 어느 날 갑작스럽게 시작된 배의 통증은 해를 거듭해도 사라지지 않았고 

통증의 원인도, 그 실체도, 그리고 그 결과도 알지 못했다. 

통증 앞에 모든 일이 무용지물이 되어 살아가기도 버거운 마당에 그림을 그리는 것 역시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빳빳한 종이도 싫었고 울퉁불퉁한 캔버스도 싫었고 불투명한 유화도 싫었다. 

마치 세상의 답이 정해져 있다고 강요 받는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들었다. 

통증의 답을 찾아 다녔지만 매번 실패만 하는 내게 그런 그림은 너무 가식적이었다. 


그래서 천을 집었다.

아픈 내 몸에 상처를 낼 수 없고 오직 부드럽게 감싸 안는, 천.

늘어나고 줄어들며 공간을 넘나드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천.

위에 올리는 물감마저 내 마음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 천.

천은 정답을 찾아 나서지만 실패를 거듭하는 나의 행로와 같았다.

머릿속에 그린 완성된 모습이란 없다. 제멋대로 번져가는 물감은 그림을 망쳐버릴 수도, 효과적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오직 내가 집중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물감을 머금은 붓과 물을 머금은 천이다.


- 송다현 작가의 작가노트 중에서 -





돌봄, 61.5x42(cm), 쉬폰 천에 수채화와 자수, 2021.3



어머니가 떠 주시던 옷을 입고 자란 아버지는

할아버지에 가까워진 지금이 되어서

첫걸음을 내디딘다.

그의 손길이 어린 소녀였던 나의 손길보다 서툴다.

여자 ‘짓’을 한다며 장난을 치는 친구의 말에도 불구하고,

힘 조절이 되지 않아서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떠나가는 그가

아름답다.

 



정상, 100x115(cm), 스판 천에 수채화와 수채 색연필, 2021.5



현대에서 ‘정상적’인 삶을 위해서는 과거의 실수를 바로 잡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삶의 방식이 필수이다. 

그렇기에 ‘정상’적인 삶에는 미래와 과거만 존재할 뿐 현재의 순간을 찾아볼 수 없다. 

현재를 상실하고 동시에 잊혀진 몸의 감각은 더욱 빠르게 달려가려는 현대인의 욕심에 결국은 ‘비정상적’인 병을 얻게 된다.

그제야 모든 게 멈춰지고 현재가 나타난다. 

지금 여기, 몸의 모든 움직임을 감각해본다.

통증이 있는 곳과 없는 곳, 뛰는 심장과 차가워진 발.

머리를 낮추고 나의 몸을 바라본다.

‘비정상적’인 몸과 몸이 섞여 ‘정상’을 흩트려 놓는 행위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돌아보며

너, 그리고 우리를 받아드려 본다.




정상(2), 쉬폰 천에 수채화와 수채 색연필, 2021.7



몸에 대한 응시는 하루 하루 이어져 나갔다. 

끝을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응시하고 또 응시한다. 같은 방식의 응시였지만 항상 다른 결과를 낳았다. 

통증은 다 하루도 같은 적이 없었다. 

그래도 묵묵히 아픔과 그 아픔을 잊기 위한 육체에 대한 집중은 이어져 나갔고 그 수많은 날들을 잊지 못하고 쌓아갔다.

통증과 응시는 ‘개선’되거나 다른 모습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었다.

경험이 쌓일수록 명확해질 것 같지만

쌓으면 쌓을수록 형용하기 어려운 형상이 나타날 뿐,

이 전의 경험들이 희미하게 번져 올라간 이미지는 점점 모호해져 간다.





투명한 심연, 천에 수채, 잉크, 100 x 90.5cm, 2021






자의와 타의 사이, 인화지에 사진 프린트, 가변 크기, 2020 복사본




미물, 단채널 비디오(4분 35초), 가변크기, 2020 복사본




HE EXECUTION2020, 가변 크기, 3 channel video(3분19초), 2020






편집자 인터뷰 소회


우연히 찾아온 고통에 지쳐 쓰러지지 않고 예술로 승화해 지금껏 버텨온 송다현 아티스트.

불현듯 찾아온 고통이란 불청객은,  신이 그녀에게 더 나은 예술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매개체일지도 모른다.

부드러운 실크 천에 번져나가는 자유로운 물감처럼 그녀의 예술 세상도 더욱 뻗어나갈 수 있길 기원한다.


"우주에서는 그 어떤 일도 우연히 일어나지 않으며, 만물은 신(神)의 필요에 따라 특정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작동하도록 되어있다." 

-스피노자




Interview by 신윤섭

photo by 이행진

editing by 고민석





상호. 엠엘엠프로젝트

사업자번호. 519-26-00936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2021-대전서구-1518호

대표자. 고민석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6길 5-12 4층

대전 유성구 대덕대로480, 첨단과학관 남관 2층

0507-0177-1870

official@art-moado.com

copyright 2023 mlm project, Moado Cultures.,lnc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