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T
송기재 Song Kijae
도시라는 거대한 울타리 속에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성을 잃은 현대인들은 외롭고 소외된 불안한 존재들이다. 과학과 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도시의 시스템은 인간을 반복적인 일상으로 기계처럼 움직이게 만들고 모든 일에 있어서 능률적이고 빠르게 진행하게 만드는 특징을 가진다. 이런 도시의 속도감은 빠른 발전을 가져다주었지만 이러한 과정 속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현대인들로 하여금 상실감과 불안감을 초래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언제 어디서 울릴지 모르는 핸드폰 소리에 대한 강박증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이는 곧 현대인의 삶 전반에서 나타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요인으로 작용해 불안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현대인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표면적으로 정상인 것처럼 살아간다. 일상에서의 일탈이 아닌 완전한 도피를 꿈꾸기도 하지만 도시가 주는 안전과 풍요 없이는 살수 없음에 계속해서 도시에 종속되어 살아간다.
나는 이러한 도시의 양면성 안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 대해 주목했다. 무채색의 현대인은 현대사회의 모순되고 맹목적인 색채의 조력자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다. 도시의 시스템에 대한 회의감으로 서있던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생각하게 되었으며 작품에서 보여 지는 공, 장난감, 동물 등 놀이와 관계되는 일상적인 사물들을 오브제로 하여금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작품의 전체적인 화면구성은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들을 재현하고 그 안에서 오브제와 토끼탈을 쓴 현대인이 마주하면서 생기는 낯선 상황을 활용하여 일상에서 벗어나고자하는 현대인들의 일탈의 순간을 표현하였다.
토끼는 먹이사슬 가장 아래 위치해 있어 소리를 내는 것이 생존에 불리하여 성대가 퇴화되었다. 도시에 종속되어 제 소리를 낼 수 없는 현대인에게 토끼의 탈을 씌워 도시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기기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낯선 시선에 무감각해지며 생존을 위해 토끼의 성대처럼 서서히 퇴행적진화를 겪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상한다. 토끼 탈은 큰 원형에 작은 귀와 눈이 달린 형태로 입이 퇴화되어 사라졌고 귀는 점점 작아지고 있는 형태로 실질적인 관계가 부재 된 현대인들의 감각이 퇴화되는 모습을 그렸다.
원형은 쉽게 굴러다녀 어딘가에 의지해야하고 잉여공간을 많이 남기기 때문에 조형적으로 가장 비효율적인 특징을 가진다. 그렇지만 가장 단순하고 쉽게 인지되는 형상으로 중심성을 갖는 존재로서 완전함을 상징한다. 토끼 탈의 모습을 완전한 원형으로 표현함으로써 불안한 심리 속에서도 완벽하고 사랑받고 싶은 현대인의 모습을 말하고자 했으며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어적 수단임에 동시에 일탈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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