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과거의 나는 운이 좋지 않았다.
마치 안 좋은 일들은 나에게만 일어난 것처럼 남들에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나에게는 일상과도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불행한 일이 다가올 때면 잘 풀리고 있던 일마저도 망가져 버리는 필연적 규칙마저 생겼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날들을 기록하는 것뿐이었다.
기록의 날들 속에서 어느새 낡고 버려진 것들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버릇이 생겼다.
찢어진 박스, 버려진 나무판, 종이 조각 그리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라나는 작은 생명의 흔적들
이러한 대상은 일상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소한 행복을 환기시켜주는 친구가 되었다.
그들은 가끔가다가 마주치는 별똥별과 무지개처럼 내가 원하는 행복만을 추구하던 것에서 벗어나게 해주었고,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쨍쨍해지는 날씨처럼 사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게 해주었다.
“우기(雨氣)”는 비가 올 듯한 기운으로 현대인이 느끼는 삶의 권태로움을 뜻한다.
출발은 나와 동일시되는 대상이었지만, 이젠 불특정 다수의 우리를 함축하는 현대인의 수많은 레이어를 대입한다.
현대인이 느낄 수밖에 없고 겪어야만 하는 부정적 감정을 대신 소화하고, 치유해 주는 우기를 통해
일상에서 소화하기 힘들었던 무수한 감정들을 자연 속에서 위로받고, 힐링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