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과거의 사랑에 대한 흔적이다.
특정한 사진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향을 맡으면 나만이 기억하는 ‘그 때’가 떠오른다.
그 과거의 생각과 기분이 현재의 나에게도 묻어 있는 것이다.
매일의 나날들을 기록하는 일기도 타이핑 보다는 손글씨로 쓰길 좋아한다. 내 온기를 묻혀 쓰는 흑연의 나열만이 ‘그 날의 나’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이 처럼 나에게 예술은 나만의 고유한 흔적을 의도적으로 기록하는 행위이다.
후회의 감정이 들때에도, 과거의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에 그 로써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들이 시간이 흘러 쌓여가면 나만의 세계관이 만들어진다. 그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내 예술관이자, 작업의 이유이다.
이러한 기록은 과거를 잊지 않도록 해준다. 앞으로 나에게 닥쳐올 무수히 많은 슬픔과 행복들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난 내 과거의 사랑을 읽고 되새기며 준비한다. 그리고 이 예술적 기록들은 순간마다 다르게 느껴질 것 이고, 당시의 내 인연과 상황이 철저히 관여하여 써 내린 기록들일 것 이다.
쌓인 기록들은 내가 만들어내는 세계관이 되고, 그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내 예술관이자, 작업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