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이면의 것, 진의, 진리같은 것들은 오래전부터 나의 관심주제였다. 그중에 단연 흥미로운 것은 인간에 관한 것이었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지만 또한 그 관계 내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결함을 가지고 태어났다.
우리는 ‘의문’들과 함께 세상을 부여받게 되는데 여기에서 해답을 찾지 못하는 삶은 때로 피상적이고 공허하다. 패배감에 젖은 작가의
붓질처럼 부질없다. 수세기 전부터 첨예한 학설로 인정받은 사상가들 또한 찾지 못한 답인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실존주의를 표방했던 사르트르의 소설 속 주인공이 돌을 던진 후 세상에 던져진 존재들에 대한 회의와 피로감, 구토감을 느꼈던 것처럼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돌은 본질적 이유를 호소하는 메타포로 등장한다. 삶이라는 태초에 고요했던 장면 위로 느닷없이 떨어지는
본질론적인 질문들은 정적을 깨트리고 혼란을 야기시킨다. 불안은 그렇게 태어나고 빛 들 날 없는 깊은 구멍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삶을 살아가고 고통을 견뎌내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끝이 존재하기 때문 아닐까. 이런 상념의 흔적들을
캔버스로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