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T
송다현 Song-dahyun
어느 날 갑작스럽게 시작된 배의 통증은 해를 거듭해도 사라지지 않았고 통증의 원인도, 그 실체도, 그리고 그 결과도 알지 못했다.
통증 앞에 모든 일이 무용지물이 되어 빳빳한 종이도 싫었고 울퉁불퉁한 캔버스도 싫었고 불투명한 유화도 싫었다.
마치 세상의 답이 정해져 있다고 강요 받는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들었다.
통증의 답을 찾아 다녔지만 매번 실패만 하는 내게 그런 그림은 너무 가식적이었다.
그래서 천을 집었다. 아픈 내 몸에 상처를 낼 수 없고 오직 부드럽게 감싸 안는, 천.
늘어나고 줄어들며 공간을 넘나드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천.
위에 올리는 물감마저 내 마음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 천.
천은 정답을 찾아 나서지만 실패를 거듭하는 나의 행로와 같았다.
오직 내가 집중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물감을 머금은 붓과 물을 머금은 천이다.
Email : ssongda0620@naver.com
Instagram : @artssddhh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