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T

박경 Kyung Park


잊을 수 없는 초상화가 있었다. 

장시간 접해서 확실하게 기억한다고 생각했던 초상화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틀렸다는 경험을 한 뒤, 

내가 보고 기억하게 될 세계의 모습이 소설 같은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되며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시선으로 주변을 관찰할 때 세상의 모습은 소설 속 허구적 사건과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곳과 같았다. 

회화 작업을 하는 나에게 캔버스는 이러한 반복적 허구적 표상들이 만들어내는 흔적들이, 시각적인 형태로 자리잡는 공간이다. 

이런 흔적들은 ‘선은 공간을 지나가지만 색은 남는다’라는 명제 아래 표현된다. 

사람들, 풍경들, 냄새나 향을 가지고 불어오는 바람들 등 움직임을 가진 것들은 선으로, 그들이 나에게 남기고 지나가는 잔상이나 감각들은 색으로 은유 되고 번역 된다. 

작업에서 선들은 다양한 밀도와 두께를 가진 색을 남긴다. 

내가 관찰하는 세상은 평행적으로 끝없이 이동하거나,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저변에서 접점을 가지기도 한다. 

이동하다가 잊혀지거나 혹은 강하게 인상을 남기며 남아있거나 하는 시각적인 기록들로 차있는 모습 이었다. 

그러한 기록들을 조합하여 의미가 부여된 색채와 형태로 재구성한다. 

작업의 구성은 크게 나레이션의 성격이 강한 작은 드로잉들과 상대적으로 큰 작업들은 특정 장소에 대한 감각적 경험을 환기하고 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기억 속 사물이나 풍경의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설정하고 시각화한다. 

작업 속에는 가상의 인물들과 설정된 장소와 배경이 있다. 

초상화와 그 초상화가 있던 장소에 대한 기억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기억 속 초상화의 얼굴 형태나 색감을 기억해 내서 그리는 것을 배제하고, 

그 그림을 그린 가상의 작가 ( 김종이 ), 그림의 모델( 안나 ) 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상의 작가를 내세워 진짜 같은 가짜, 가짜이지만 진짜라고 믿고 있는 가짜, 그리고 기억과 흔적이 만들어내는 허구적 상을 확신하는 것에 대한 경계와 성찰을 제안한다.

장소분석가와 같은 입장으로 집단의 기억 속에 의미 있는 공간을 다각도로 비춰보고 회화적 언어로 번역하기 위해 노력한다. 

념비적 장소 혹은 풍경에서 접하는 흥미로운 냄새, 빛 등 감각적 경험들과 기억들을 색과 이미지로 연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해석된 공간을 화면에 구축한다. 

특히 장소를 분석할 때 하나의 거대한 향수의 구조로 빗대어 보는 ‘smellscape’ 관점에 영향을 받았다.

‘Smellscape’란 한 장소를 하나의 거대한 향수로 빗대어 보는 입장이다. 

대지의 경제적 기반이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올라오는 냄새나 향을 베이스 노트로, 중간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향, 냄새 등으로 미들 노트로, 

그 장소의 첫 느낌을 가장 빨리 증발하는 탑 노트로 은유 한다.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어 사라지는 향과 같이 증명할 수 없지만 문득 풍기는 기억과 인식의 세계를 회화에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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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205호_2021년__캔버스_위에_아크릴_90x100_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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