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하나의 체계를 지닌 언어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같은 색을 바라보며 모두 다른 이야기를 담아낸다.
물감의 섞이고 짓이긴 형태에서 포착되는 추상적 형태들로, 관람자에게 해석의 자유와 함께 직관적인 느낌을 제시한다.
각자의 시선과 감정에 따라 파도 혹은 바람으로, 산으로, 따스한 햇살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화면 속 희미하게 보이는 인물의 모습은 물감의 형상 뒤에 숨은 듯 보이기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관람자와 그림 속 인물은 얇은 물감 벽을 사이로 마치 거울처럼 서로를 바라본다.
그림 속 인물은 나 자신이 될 수도 나와 대화하는 다른 누군가 일지도 모른다.
다만 정면을 응시한 채 우리와 시선을 마주하며 무언가 말하려 한다.
무표정한 그 눈맞춤 속에서 위로와 공감의 대화를 나누길,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감정에 집중하고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