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영
| Noh Dayoung
<생모시>
31.5 x 1500cm, 경사 모시 / 위사 모시, 2022
|작품설명|
모시는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전통 섬유 중 하나이다.
모시풀 껍질을 벗겨 햇빛에 바래고, 이로 한 결씩 째어 만들어진 실들을 다시금 무릎에 비벼 한 가닥의 실로 잇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실을 한데 모아 정성스레 콩풀을 먹이고 직기에 얹어 베를 짜 완성되는 직물이다.
생모시에서 일부 유독 색이 짙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모시풀이 자라면서 잎이 바람에 꺾여 줄기에 상처가 생긴 흔적들이다. 이를 ‘삼났다’라고 표현하고, 표백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생모시에서만 보이는 특징이다.
지금은 과거의 한 때가 되어버린 모시는 오래된 삶의 흔적이자 앞으로도 이어져 나가야 할 미래이다.
<백모시>
31 x 1000cm, 경사 모시 / 위사 모시, 2020
|작품설명|
백모시는 표백을 거쳐 새하얀 빛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직접 풀을 태우고 잿물을 만들어 여러 번 담궜다 빼면서 직접 표백을 진행했던 제작 방식에서 현재에는 표백소에 맡겨 기계를 통한 표백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식에 따른 차이는 생겼지만 그 과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틀린것이 아닌 달라진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항상 동일하게 이어지지는 않지만 같은 결을 띄고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 모시는 표백소에서 표백한 모시이다. 표백소서 한 모시면 어떠한가. 이 모시는 이제 어떤 색이든 담을 수 있게 되었고, 여전히 아름답다.
<명주>
34.5 x 2300cm, 경사 생견사 / 위사 견사 (반숙사), 2023
|작품설명|
명주는 경위사 모두 견사(실크)로 제직된 직물을 말한다.
이 명주는 흰 바탕에 세로로 긴 푸른 선이 이어진다. 이렇게 세로로 길게 줄무늬가 이어지는 직물을 '줄베'라고 부르기도 한다.
매 순간이 변화하는 와중에 과거와 미래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계절 아닐까?
짧고 긴 정도는 매해 다르지만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나의 여름은 언제나 돌아오는 것처럼 직물을 통해 그 계절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