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어떤 예술을 하고 있습니까?
A. 저는 사진과 영상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재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작하는 작업을 주로 합니다.
장르로 분류한다면 컴퓨터 아트, 디지털 아트에 속합니다.
작업 소스로 직접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편집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저작권이나 초상권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인터넷 상에서 수집한 이미지들을 이용하여 작업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코딩을 통해 직접 구축한 인공지능에게 의도적으로 편향적 이미지들을 학습시키고 이를 시각화하는 확증편향 프로젝트라는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Q. 당신의 예술은 어디서 처음 피어났나요?
A. 2007년 군 제대 이후 교환학생으로 떠났던 러시아에서 한 친구에게 필름 카메라를 선물 받았습니다.
이후 취미로 하던 사진을 주위 사람들이 좋게 평가해줘서 대학원 진학 준비를 하던 2010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이미지에 대하여 나름 진지하게 탐구하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했던 것이 작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당시에도 카메라로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기보다는 렌즈 대신 핀홀을 사용하거나 60여 년 전에 생산된 오래된 렌즈를 최신 디지털 카메라에 조합하기도 하고 센서를 개조하거나 카메라에 내장된 효과 프리셋을 일부러 망가뜨리기도 하는 등 여러 실험을 통해 독특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자 노력했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려주세요
A. 저는 작가로서 제가 지닌 시각과 문제의식을 작품을 통하여 감상자에게 제시할 뿐 특정한 주장과 의도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접하는 분들이 좋은 의미에서의 시각적 충격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째서 이러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는지 궁금함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그 궁금함이 우리가 처한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현실의 당위성에 관하여 함께 고민해보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Q. 당신이 품고 있는 씨앗이 발아되기까지 겪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면?
A. 고등학교 시절 예술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최근까지 사실상 계속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예술가로서 생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일찍부터 잘 알고 있었기에 포기하자는 마음과, 그래도 예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거의 20년간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포기하자는 쪽이 최근까지는 미세하게 우세했었습니다.
꾸준히 작업은 계속하고 있었지만 감히 남들 앞에 내보일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 생각해서 그냥 묻어두기만 했습니다.
대학원 진학도 실기가 아닌 이론쪽으로 했고요. 박사 졸업 이후 생계를 위해 대학교 시간강사와 기간제 연구원, 임시직 큐레이터 자리를 전전하며 살아남기 위해 손에 잡히는 대로 무작정 일해왔는데 이마저도 경쟁은 점점 더 심해지는데 반해 고용환경은 더 안좋아져서 이제는 기초적인 생계유지도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창 일이 없을 때는 전기자전거로 배달 일을 하기도 했고요.
10년 전 쯤 러시아에서 기숙사를 같이 쓰던 아르메니아인 친구가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묻기에 대학교수가 되거나 국공립 미술관 큐레이터가 되고 싶은데 마흔살이 될 때까지 둘 다 안되면 아마 현대미술가가 되어있을 거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왜 하필 현대미술가냐고 묻는 말에 백수나 현대미술가나 돈 없는 건 마찬가지라 기왕이면 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답했었지요.
올해 유월부터 만 나이를 사용하게 되었잖아요? 제가 지금 서른아홉 살인데 원래는 올해 마흔 살이었습니다.
40대가 되었다 다시 30대로 돌아오니 문득 10년 전 춥고 지저분한 기숙사에서 그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르더군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번 부딛혀보자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공모 지원서를 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작가로서의 활동을 하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에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고난과 역경이 더 있겠지요.
그럴 때 마다 이제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시련을 맞이하려 합니다.

Q. 주로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A. 최근 제가 작업하고 있는 확증편향 프로젝트는 대형 포털사이트 뉴스 추천이나 유튜브 컨텐츠 추천 알고리즘에 의하여 사용자들이 스스로가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향성이 심화하여가는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추천 시스템 또한 아주 단순한 수준의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에 나오는 스카이넷이나 터미네이터 같은 극단적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부지불식간에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니, 인공지능은 단순히 우리가 좋아하는 것만 보여주는 것이니 지배보다는 사육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습니다.
마치 개인의 평소 신념과 성향에 부합하는 정보만 먹이처럼 주어지는 디지털 케이지 속에 갇혀서 뇌가 사육당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시각적으로 제시하기 위하여 컴퓨터 비전 분야에 사용하는 코드들을 응용하여 이미지 인식 인공지능을 구축하고 국내 및 해외의 정치인들에 대한 극단적이고 편향적인 평가와 관련된 이미지들을 수집하여 이를 학습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편향성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각 정치인들의 사진을 ‘자신이 보고싶은 대로’ 왜곡하게 만들어 이를 작품으로 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물은 매우 화려하면서도 공포스럽고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나타납니다. 인공지능이 떠먹여주는 편향적 정보에 중독된 우리 머릿속 풍경이 이렇지 않을까요?

Q. 예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저는 예술이란 과학이나 철학, 종교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하나의 관점이자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에게 작품을 공개하는 일은 세상을 바라보는 저의 관점을 내보이는 것이며 이에 대한 타인의 이해와 공감을 요청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Q. 씨앗부터 만개에 이르기까지,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A. 씨앗을 심기 전까지의 망설임이 너무나도 길었던 탓에 이제야 막 싹이 트기 시작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꽃이 만개하고 충실한 열매를 맺을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훈석 작가의 과거 작품
핀홀을 사용한 사진 작업이 그나마 가장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작업이라 애착이 갑니다.
그리고 현재 작업하고 있는 확증편향 프로젝트 중 일부가 올해 아시아프 히든아티스트 부문에 선정되었는데 두 시리즈를 함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나란히 놓고 보니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긴 하지만 두 작업 모두 현실을 보는 방법과 이미지의 생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무제>
2013

<무제>
2013

<무제>
2013

<ㅊㅌ>
2017

<확증편향: 합성적 풍경>
2022

<확증편향 No.10>
v.20230604, 2023

<확증편향 No.11>
v.20230605, 2023
*이훈석 작가 모아도 프로필 보러가기
https://art-moado.com/559
Q. 어떤 예술을 하고 있습니까?
A. 저는 사진과 영상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재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작하는 작업을 주로 합니다.
장르로 분류한다면 컴퓨터 아트, 디지털 아트에 속합니다.
작업 소스로 직접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편집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저작권이나 초상권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인터넷 상에서 수집한 이미지들을 이용하여 작업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코딩을 통해 직접 구축한 인공지능에게 의도적으로 편향적 이미지들을 학습시키고 이를 시각화하는 확증편향 프로젝트라는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Q. 당신의 예술은 어디서 처음 피어났나요?
A. 2007년 군 제대 이후 교환학생으로 떠났던 러시아에서 한 친구에게 필름 카메라를 선물 받았습니다.
이후 취미로 하던 사진을 주위 사람들이 좋게 평가해줘서 대학원 진학 준비를 하던 2010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이미지에 대하여 나름 진지하게 탐구하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했던 것이 작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당시에도 카메라로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기보다는 렌즈 대신 핀홀을 사용하거나 60여 년 전에 생산된 오래된 렌즈를 최신 디지털 카메라에 조합하기도 하고 센서를 개조하거나 카메라에 내장된 효과 프리셋을 일부러 망가뜨리기도 하는 등 여러 실험을 통해 독특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자 노력했었습니다.
Q. 작품을 통해 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려주세요
A. 저는 작가로서 제가 지닌 시각과 문제의식을 작품을 통하여 감상자에게 제시할 뿐 특정한 주장과 의도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접하는 분들이 좋은 의미에서의 시각적 충격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째서 이러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는지 궁금함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그 궁금함이 우리가 처한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현실의 당위성에 관하여 함께 고민해보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Q. 당신이 품고 있는 씨앗이 발아되기까지 겪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면?
A. 고등학교 시절 예술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최근까지 사실상 계속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예술가로서 생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일찍부터 잘 알고 있었기에 포기하자는 마음과, 그래도 예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거의 20년간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포기하자는 쪽이 최근까지는 미세하게 우세했었습니다.
꾸준히 작업은 계속하고 있었지만 감히 남들 앞에 내보일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 생각해서 그냥 묻어두기만 했습니다.
대학원 진학도 실기가 아닌 이론쪽으로 했고요. 박사 졸업 이후 생계를 위해 대학교 시간강사와 기간제 연구원, 임시직 큐레이터 자리를 전전하며 살아남기 위해 손에 잡히는 대로 무작정 일해왔는데 이마저도 경쟁은 점점 더 심해지는데 반해 고용환경은 더 안좋아져서 이제는 기초적인 생계유지도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창 일이 없을 때는 전기자전거로 배달 일을 하기도 했고요.
10년 전 쯤 러시아에서 기숙사를 같이 쓰던 아르메니아인 친구가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묻기에 대학교수가 되거나 국공립 미술관 큐레이터가 되고 싶은데 마흔살이 될 때까지 둘 다 안되면 아마 현대미술가가 되어있을 거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왜 하필 현대미술가냐고 묻는 말에 백수나 현대미술가나 돈 없는 건 마찬가지라 기왕이면 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답했었지요.
올해 유월부터 만 나이를 사용하게 되었잖아요? 제가 지금 서른아홉 살인데 원래는 올해 마흔 살이었습니다.
40대가 되었다 다시 30대로 돌아오니 문득 10년 전 춥고 지저분한 기숙사에서 그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르더군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번 부딛혀보자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공모 지원서를 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작가로서의 활동을 하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에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고난과 역경이 더 있겠지요.
그럴 때 마다 이제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시련을 맞이하려 합니다.
Q. 주로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A. 최근 제가 작업하고 있는 확증편향 프로젝트는 대형 포털사이트 뉴스 추천이나 유튜브 컨텐츠 추천 알고리즘에 의하여 사용자들이 스스로가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향성이 심화하여가는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추천 시스템 또한 아주 단순한 수준의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에 나오는 스카이넷이나 터미네이터 같은 극단적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부지불식간에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니, 인공지능은 단순히 우리가 좋아하는 것만 보여주는 것이니 지배보다는 사육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습니다.
마치 개인의 평소 신념과 성향에 부합하는 정보만 먹이처럼 주어지는 디지털 케이지 속에 갇혀서 뇌가 사육당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시각적으로 제시하기 위하여 컴퓨터 비전 분야에 사용하는 코드들을 응용하여 이미지 인식 인공지능을 구축하고 국내 및 해외의 정치인들에 대한 극단적이고 편향적인 평가와 관련된 이미지들을 수집하여 이를 학습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편향성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각 정치인들의 사진을 ‘자신이 보고싶은 대로’ 왜곡하게 만들어 이를 작품으로 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물은 매우 화려하면서도 공포스럽고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나타납니다. 인공지능이 떠먹여주는 편향적 정보에 중독된 우리 머릿속 풍경이 이렇지 않을까요?
Q. 예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저는 예술이란 과학이나 철학, 종교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하나의 관점이자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에게 작품을 공개하는 일은 세상을 바라보는 저의 관점을 내보이는 것이며 이에 대한 타인의 이해와 공감을 요청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Q. 씨앗부터 만개에 이르기까지,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A. 씨앗을 심기 전까지의 망설임이 너무나도 길었던 탓에 이제야 막 싹이 트기 시작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꽃이 만개하고 충실한 열매를 맺을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훈석 작가의 과거 작품
핀홀을 사용한 사진 작업이 그나마 가장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작업이라 애착이 갑니다.
그리고 현재 작업하고 있는 확증편향 프로젝트 중 일부가 올해 아시아프 히든아티스트 부문에 선정되었는데 두 시리즈를 함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나란히 놓고 보니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긴 하지만 두 작업 모두 현실을 보는 방법과 이미지의 생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무제>
2013
<무제>
2013
<무제>
2013
<ㅊㅌ>
2017
<확증편향: 합성적 풍경>
2022
<확증편향 No.10>
v.20230604, 2023
<확증편향 No.11>
v.20230605, 2023
*이훈석 작가 모아도 프로필 보러가기
https://art-moado.com/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