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ULPTURE
최신우 Choi sinu
본인은 구멍이라는 시작점에서 출발한 ‘탄생’을 이야기하며 존재의 주체성 회복에 대한 담론을 제시한다.
본인은 존재에 대한 의미를 구멍에서 찾았다.
‘구멍’의 형태는 하나로 이어진 굴과 같을 수 있고, 파내진 혹은 뚫어진 공간일 수 있다.
또한, 비유적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갈 탈출구, 혹은 생명이 출발한 엄마의 자궁이 될 수 있고, 존재자가 존재를 내뿜는 현재라는 균열(틈)일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구멍의 개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본인은 조소 이외에 안경광학(optometry)을 전공했고 검안사(optometrist)로 근무했다.
병원에서 환자의 의안을 소독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입 간호조무사와 나눈 대화는 의안의 또 다른 의미를 찾게 되었고 이후 본인의 구멍의 개념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신입 간호조무사는 의사가 환자의 눈에서 빼낸 의안을 보고 놀랐는데, 가짜 눈이라는 설명에 “와! 그럼 이거 보여요?”라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했다.
본인은 이때 ‘정말 의안이 시간이 지나면 환자에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겼고 사실 환자 자신에게 보이는 것이 아닌 타인에게 보이는 또 다른 대상의 눈이 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즉 봄으로써 사유할 수 있었던 눈은 그 기능을 잃었지만, 외관만 재현된 눈이 남은 것이다.
여기서 타인에게만 보이는 눈인 의안은 작가의 조각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본인에겐 안구가 적출된 공동(空洞)은 따뜻한 자궁처럼 보였고, 그 때문에 의안에서 생명의 기운이 느껴졌다.
본인에게 조각은 의안과 같은 것이다.
의안은 스스로 사유할 수는 없지만, 대상 즉 타자가 되어 나라는 존재가 인식하는 주체가 될 수 있게 도와준다.
다시 말해 본인이 표현하는 구멍의 형태는 봄(regard), 즉 ‘존재의 심장을 향해 뚫려있는 구멍’인 눈을 재현한다.
인간의 눈은 시각에 단순히 주어진 소여(given)들을 넘어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눈이 보는 것의 보이지 않는 것, 다르게 말하면 눈은 존재를 탐구할 수 있게 한다.
본인이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를 하는 것은, 검안사로서 환자가 검안기기 속 타깃(target)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시 말하면 보이는 것, 그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 관객에게 보여주고 다시 찾아내게끔 하는 것이다.
이는 타자를 위한 실천으로의 작업이며, 존재의 주체성 회복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