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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린 kim-hyelin 


슬프고 힘들 땐 비가 오는 날이나 어두운 저녁 시간이 오히려 마음 편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늘 어두운 날만 쳐다보고 있을 수 없듯이, 어두움이 주는 편안함 속에만 머무를 수 없다. 

과거의 어떤 기억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뿌연 기억의 늪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다. 

과거의 일어났던 일은 하나의 사건일 뿐인데 사람들은 이를 지나치게 비관하거나 자책한다. 

마음의 눈으로 보고 느끼는 과거는 유독 칙칙하거나 아파서 지금까지도 나의 마음을 붙들고 있지만, 사실은 그저 ‘있었던 일’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에 자꾸 집착이 들 때는 원래의 것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 실제가 나의 기억보다 대단치 않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제 발길을 돌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를 어둠의 안개 속에 가둔 것도 나의 마음이고 그곳으로부터 다시 끌어낼 수 있는 것도 나의 마음이다. 

나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쳐다봄으로써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과거로 인해 여전히 마음은 아프지만 조금만 다른 시선을 취할 수 있다면 어떤 고통도 나를 쉽게 휩쓸어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인생을 변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두려움은 피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 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평소에 밝은 세계만 바라보려고 한다. 

고뇌의 외침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며 인생의 즐거운 면만을 보려는 것은 불성실한 태도이다. 

우리는 평소에 아름다운 행복, 기억, 완전함, 안전함 등을 추구한다. 

그렇기에 죽음이 주변의 일로 닥칠 때는 지나친 슬픔과 공포에 빠져버리게 된다. 

과연 나에게, 당신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았을까. 

죽음 역시 우리 인생을 이루는 하나의 과정임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 같았던 시간과 일상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야 우리는 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더 이상 본인이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시간으로부터 강제로 죽음을 당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시간을 직접 죽이기도 하는 자신을 되돌아 봐야한다. 

대부분은 아무도 예외가 되지 못하는 이 근본적인 순환을 외면하거나 부정하려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는 시간에 나는 충실하고 있는가. 

패닉 상태에 빠지는 것은 마음의 길을 잃는 것과 같다.

자신의 마음을 먼저 추스려야 숲에서 빠져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인물이 놓인 공간을 드리핑 기법(dripping)을 활용하여 구현했다. 

인물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시선, 눈빛, 내면의 감정, 기억들을 표현하기를 바란다. 

다양한 사람들이 화면 속에서 관람자를 응시하며 결국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인간임을 나타낸다. 

무의식 속에 억압되어있는 기억과 감정들을 추상 기법을 사용하여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표현한다. 

반복적으로 물감을 흘러내리게 하는 행위는 지속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나타내기도 한다. 

지금으로 흘러왔다가 끊임없이 지금을 지나 또 다른 지금을 향하여 나아간다.


내가 드리핑한 물감들은 내 손을 벗어나면 캔버스 위에서 이 물감들이 어느 곳으로 향할지 모르는 채 흘러내리게 된다. 


작가의 의도대로, 의도하지 않은 대로 비정형적인 형상으로 창조된다. 


이 반복된 행위를 통해 나 스스로의 내면이 표출되고 해소된다. 



Email : khl11151@naver.com  

Web : khyel.creatorlink.net   

Instagram@kh_l11151    

The present, 130.3×162.2cm, 혼합재료, 2020
The present, 130.3×162.2cm, 혼합재료, 2020
Mistreatment, 116.8×116.8cm, oil on canvas, 2019
Mistreatment, 116.8×116.8cm, oil on canvas, 2019
Colorless, 130.3×162.2cm, oil on canvas, 2019
Colorless, 130.3×162.2cm, oil on canvas, 2019
나비, 60.6×60.6cm, 혼합재료, 2020
나비, 60.6×60.6cm, 혼합재료, 2020
잔상, 130.3×89.4cm, 혼합재료, 2019
잔상, 130.3×89.4cm, 혼합재료, 2019
우연의 일치, 112.1x145.5cm, oil on canvas, 2020
우연의 일치, 112.1x145.5cm, oil on canvas, 2020
시선, 53cm×45.5cm, oil on canvas, 2020
시선, 53cm×45.5cm, oil on canvas, 2020
빛, 65cm×45cm, oil on paper, 2020
빛, 65cm×45cm, oil on paper, 2020
기억, 116.8×116.8cm, 혼합재료, 2019
기억, 116.8×116.8cm, 혼합재료, 2019
Favorite, 91.0×91.0cm, oil on canvas, 2019
Favorite, 91.0×91.0cm, oil on canvas, 2019